2010년 여름의 막바지와 워커힐 리버파크 수영장

올 여름은 유난히 일이 많았던 여름이었어요. 신규 프로젝트 개발도 많았고, 또 진행하던 프로젝트들이 마무리 되던 시기여서 쉽게 자리를 뜨기도 힘들었구요. 그러다보니 결국 휴가를 못 갔던 거 있죠? ㅠㅠ

그러던 중 쿠팡 상품 중에 기가 막힌 상품을 하나 발견했죠. ‘워커힐 리버파크 이용 + 점심식사 + 음료 50%‘ 쿠폰이었습니다. 게다가 가격이 무려 25,000원!!! 실은 전에 한번 뷔페가 포함된 상품이 나온 적 있었는데 그 때 사려고 했는데 때를 놓치는 바람에 매진 되어서 못 산 적이 있었거든요. 너무나 아쉬웠던 터라 바로 구매했죠.

휴가 한번 못 내는 바람에 여자친구에게도 미안했었는데 덕분에 체면치레도 하고 좋았답니다. ^^ 여자친구도 호텔 수영장에 한번 가보고 싶었는데 잘 됐다며 무척 좋아했어요.

저는 사실 엄청난 ‘물 마니아’ 입니다. 물이라면 환장을 합니다. 수영장, 바다 가리지 않고 좋아합니다. 특히나 바다 수영을 좋아하는데요. 수영을 잘 하는 편은 아닙니다. 먼 거리를 수영한다거나 수영 속도가 빠르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요. 그냥 떠있을 줄 알고 효율은 떨어지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정도지만 물이라면 사족을 못 씁니다.

스트레스도 풀 겸 아침부터 챙겨서 출발했습니다. 5호선 광나루 역으로 가서 택시를 탔는데 구글 지도로 봤을 때는 워커힐 리버파크 수영장이 다른 곳에 위치해 있고 입구도 다른 것처럼 보였는데 워커힐 본관으로 가서 걸어가도록 되어 있더군요. 그래도 그러는 바람에 베이커리로 유명한 워커힐 ‘델리’에서 빵 구경도 하고 좋았죠.

암튼 헤멘 끝에 결국 리버파크 입구로 들어섭니다. 쿠팡으로 싸게 사서 그런지 가격에 대한 실감을 못했었는데 엄청 비싸더군요. 보통 50,000원, 성수기에는 82,500원 이라니… ㅎㄷㄷ그래도 우리는 싸게 왔다는 생각에 신나게 입장합니다.  밥 먹고 놀다가 선베드에서 책도 보는 상상을 하면서요. ^^;;;

워커힐 리버파크 입장료

손목에 차는 코팅종이 밴드를 두르고 탈의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어요. 탈의실은 무료더군요. 대형 마트의 캐비넷처럼 500원짜리를 넣고 나중에 반납되는 형식으로요.

워커힐 리버파크 물품보관함

탈의실에서 옷 갈아입고 나와서 풀 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워커힐 리버파크 입구

풀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신나게 노는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아싸~ 신난다’ 하면서 선베드에 누으려고 보니 풀사이드에 유료 구역이라는 말이 보이더군요. 그래서 카페테리아 옆에는 표지판이 없길래 무료인가보다하고 잠깐 누웠는데 ‘이게 웬걸?’ 잠시 후 직원이 오더니 여기 유료니까 여기 누워 계시면 안 된다고 몰아내더군요.

살짝 기분이 나쁘더군요. 유료/무료 정책이 기분 나쁜 것보다도 직원이 손님에게 말하는 방식이 불만이었습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해서 그런지 그런 것들이 항상 거슬립니다. 아무리 수영장이라지만 호텔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큰 소리로 몰아내듯이 한꺼번에 몰아내다니요. 저희 말고도 두세분 정도가 더 누워 있었거든요. 그래도 워커힐이라면 우리 나라의 톱 호텔인데 일본 서비스처럼 무릎을 꿇어가면서 얘기하진 않더라도 손님의 기분을 생각해서 나즈막하게 개개인의 손님에게 그런 사실을 안내해주어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으름짱’이 아닌 ‘안내’를요.

아무튼 기분 좋게 놀러 왔으니 심호흡을 하고 그래서 무료 구역은 어디냐고 했더니 무료 구역은 없답니다. 허허허.  무료 선베드는 전혀 없었던 것입니다. 몇 개 정도는 무료 선베드를 마련해놓을 법도 하건만 모두 유료더군요. 해외 호텔에서의 기분 좋은 경험만 생각했다가 의외의 판매 정책에 당황했습니다.

선베드는 얼마나 하는지 봤더니 가격도 참 가관이더군요. 입장료만한 선베드 가격이라니…

워커힐 리버파크 선베드

아무튼 일단 점심시간도 됐고 해서 밥부터 먹기로 했습니다. 점심식사 쿠폰도 포함되어 있었거든요. 우리 쿠폰에서는 위의 3개 메뉴 중에서 고르는 것이었기 때문에 해산물 스파게티와 케이준 피자를 먹었더랬습니다.

워커힐 리버파크 메뉴

밥도 먹었겠다 신나게 놀겠다는 심산으로 물에 들어갔는데 야외수영장이라 다들 프리하게 있길래 그렇게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모자를 안 쓰면 안 된다고 나오라더군요.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니 수영모자는 안 쓰더라도 야구모자나 선캡을 쓰고 있더군요. 참나… 도대체 아무 것도 안 쓴 사람과 선캡을 쓴 사람의 차이는 뭐가 얼마나 날까요? 수질 관리를 위함이라면 수영모자를 쓰도록 엄격히 적용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면 아예 신경쓰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요? 기계적이고 형식적인 체크에 다소 어이가 없었습니다.

여러 모로 운영 방식이 호텔 수영장 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 참 실망하면서 그럼 모자 구매나 대여는 어디서 하냐고 물어봤더니 매표소 옆에 매점이 있으니 올라가서 사랍니다. 아… 여긴 정말 동선도 엉망이구나… 아예 매표소와 탈의실에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맞게 구매하고 들어오도록 했어야지. 들어가고 나서야 기준을 얘기하면서 다시 매표소 앞까지 가서 구매해오라니… 유난히 꼬인 날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느낀 워커힐 리버파크는 친절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친절은 직원의 attitude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service science의 측면에서의 친절함을 말하는 것입니다. 고객의 동선이나 생각을 미리 읽어서 고려해놓은 서비스 구조를 말하는 것이죠.

워커힐 리버파크 매점

결국 매표소 옆의 매점으로 가서 수영모를 사 쓰곤 다시 풀장에 들어갔습니다. 일단 들어가고 나니 물에 환장하는 저로서는 앞의 기분 나쁨은 모두 잊을 수 있었습니다. 허허허. 신나게 물장구도 치고 재밌게 놀 수 있었죠. 일정 시간이 지나면 안내 멘트가 나오면서 10분씩 휴식 시간을 갖더군요. 안전 요원들이 물에 떨어진 이물질이나 물건들을 정리도 하고 너무 오랜시간 손님들이 풀에 있지 않도록 하는 안전 장치 같았습니다.

쉬는 시간이 되자 나와서 음료 쿠폰을 썼지요. 여자친구와 제가 각각 한 장씩 2장이 있었기 때문에 중간 중간 한 잔씩 마시면서 쉬기에 적절했습니다. ^^

워커힐 리버파크 음료

암튼 그리 오래 놀 생각이 아니어서 선베드를 사진 않았는데 만약 다음에 놀러 간다면 선베드는 사는 게 좋을 것 같았습니다. 중간 중간에 있는 쉬는 시간 때문에 꼭 10분 씩을 쉬어야 하는데 마땅히 쉴 공간이 없거든요. 선베드 중에 럭셔리 선베드는 정말 환상적으로 보이더군요. 가격이 입장료와 같아서 비싼 감은 있지만 여러 명이서 놀러와서 쓰기엔 괜찮아 보였습니다.

워커힐 리버파크 2층 고급선베드

이런 저런 에피소드로 불평을 쏟아놓았지만 실은 이 날 여자친구와 정말 재밌게 놀았답니다. 둘 다 장난끼가 가득한 어른아이이다보니 유치하게 재밌게 놀 수 있었죠. 노는 동안 만큼은 외국에 나온 것처럼 잠시 멀리 보이는 서울 시내의 모습이 비현실적으로 보일 정도로 현실과 동떨어져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습니다.

리버파크에서 본 경치는 대략 이렇구요.

워커힐 리버파크 전경

이렇게 물도 온천수를 써서 좋다고 하니까요.

워커힐 리버파크 온천수

암튼 제가 겪은 워커힐 리버파크는 이런 저런 정보를 모르고 가면 엄청 기분 나쁘거나 불편할 수 있는 곳이었어요. 다들 이 포스트를 보고 적당히 잘 준비해 가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