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연대를 만든 성재기 대표의 죽음은 여러 가지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그 죽음이 자살이든 사고든, 그가 했던 행동과 말들이 옳았든 그릇된 것이었든 여부와 상관없이 그가 많은 사회적 관심을 받고 그것과 관련해 다양한 이슈를 만든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의 죽음을 둘러싸고 그에 대한 평가가 갈리고 있다. 역차별에 맞선 영웅으로 비치기도하고, 무모하게 자기만의 생각을 따랐던 돈키호테로 묘사하기도 하고, 비정상적인 심리 상태를 가진 사기꾼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에 대해서는 난 평가하고 싶지 않다. 그 평가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선 그가 남긴 어록과 이슈들을 보자.
그의 어록
논란이 되었던 위안부 발언
고려대 성폭행 사건 무죄 주장
그의 주장들은 모두 남성적이다. 철저히 남성의 입장에서 항변하고 있다. 남성을 여성을 억압하는 존재로만 인식하고, 잠재적 성범죄자로 취급하고, 여성을 위해 무조건 배려해야 하는 것을 미덕으로 요구하는 사회에 대한 항변이다. 지나치게 편향적이고, 어떤 부분은 비논리적인 부분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게 옳은 지 그른 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의 발언 하나하나에 상당히 많은 이들이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열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런 현상의 근원에는 사회적 분위기도 있지만 여성부가 가장 중요한 트리거 포인트로 작용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여성부가 생겨난 이후 보여온 다양한 행보를 보면 과연 여성 행복의 질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인지 남성의 하락을 위해 노력하는 것인지 의심스러울 때가 많다.
나는 진정으로 여성이 다양한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지는 지 감시하는 것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거나 정부가 권고해서 제공해야 하는 다양한 혜택들이 사회적으로 사실상 제공되지 않는 것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결혼을 했다고, 사내 연애를 했다고, 임신을 했다고 해고되거나, 계약 조건이 바뀌거나, 부당한 처사를 받는 얘기를 대기업/중소기업 상관없이 많이 듣는다. 회사 분위기 상 법적으로 제공되어 있는 출산 휴가를 쓰지 못한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특정 직급 이상 여성은 단 한 명도 없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그래서 여성부처럼 별도 부처의 형태이든 다른 부처 내의 조직이든 그런 것들을 위한 노력은 꾸준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대한 비정상적인 사찰, 아청법 적절성 논란 등 다양한 부분에서 여성부 본연의 핵심 업무보다 다른 곳에 헛심을 쓰는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는다. 그리고 이런 부차적이어야 할 이슈들에 상당한 힘을 쏟을 뿐 아니라 남성들과 각을 세우고, 깎아내리고, 힘겨루기를 하는 것 같은 느낌도 줬다.
그런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그 동안 여성부는 그 사회적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철폐 운동을 만들어내고, 다양한 조롱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 시점에서의 남성연대 등장은 우연이라기 보다 사회적 필연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앞에서 성재기 대표에 대해, 남성연대에 대해 옳고 그르고를 따지는 것이 무의미 하다는 것은 바로 이런 사회적 맥락 상에서 봤을 때 큰 줄기를 바로 잡는 게 먼저 선행되어야 한다는 뜻에서 한 말이었다.
오늘의 여성은 과연 여성 그 자체로서 행복을 느끼고 있는가? 사회적으로 충분히 대우받고 있는가? 이런 아젠다야 말로 여성부가 진심을 다해 대면해야 할 아젠다 들이다.
단순히 노래 가사말이 약간 성적인 부분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방송 금지 신청하고 19금 때릴 것이 아니라 아래 TED 영상에서처럼 과연 여성이 어떻게 사회에서 인식되고 있고 그게 은연 중에 어떻게 교육되고 있는 지를 깊이 있게 분석하고 바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근원적인 관점에서 여성 문제를 접근하고, 도브의 ‘Real Beauty’ 캠페인처럼 이미 상당히 왜곡되어 있는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 것에 대한 접근부터 재정립하는 것이 중요한 핵심 과제라고 생각한다.
며칠 전 우연히 몇년만에 음악방송하는 것을 봤는데 그 옷 차림새, 댄스 형태 등에 정말 깜짝 놀랐다. 과연 가사에 술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이, 가사가 성적인 행위를 떠올리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 음악 방송에서의 그런 모습보다 더 유해할까? 드라마에서, 영화에서, 광고에서 강요하고 있는 아름다움이 진정으로 여성의 아름다움일까? 사회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아름다움을 맞추기 위해 건강을 해쳐가면서 살을 빼고, 무리하게 수술을 하는 이 현실이야말로 여성부가 당장 노력해야 할 책임이고 임무다. 이 사회에서 여성이 진정으로 행복해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